흡작된 힘줄이
얽히고설켜
차가운 벽과 인연을
맺고
푸른 옷을 입혀준다
땅속뿌리에서
도드라진 힘줄 사이로
주소를 옮겨 가는
담쟁이
매년 이맘때면
금 간 회색 벽을타고
늙은 등걸에 기대여
푸른색을 덧칠한다
위아래 가는
방향도 규칙도 없고
벽 위를 걷는 꿈을 갖고
또 한 계절을 탐닉하며
오르락 내리락 푸르게
짙어 간다
월강 한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