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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NGO. 행복한가
등록날짜 [ 2025년06월13일 10시39분 ] | 최종수정 [ 2025년06월13일 10시41분 ]

 


 

뭐라도 해봐.

며칠 몸살로 이런저런 일을 피하고 있었는데 기어이 나를 잡아끈다.

이력서를 열어볼 때면 탁탁탁!! 먼지 쌓인 담요를 털어내듯

무거운 타격감이 온다.

꾀부리지 않고 산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 이력이지만

현실의 나는 단기 근무자요. 간헐적 프리랜서일 뿐이다.

 

 

어릴 땐 무지 견고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무 무겁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중력을 견뎌본 적 없는 천진한 가벼움 말고,
충분한 마음의 근력을 가진 사람의 우아한 가벼움.
그래서 예전보다 미술과 글쓰기를 더 미지근하게 좋아한다.
태워버릴 것처럼 내리쬐는 여름의 햇살은 내 삶도 말라붙게 만든다.
그보다는 따스한 봄빛 아래에서 촉촉하고 통통한 마음을 오래오래 돌보고 싶다.

- 김지연 에세이, <등을 쓰다듬는 사람> 중에서

 

 

오래된 이력 몇 가지를 빼니 좀 가벼워진 것 같다.

잘라진 이력은 내가 처음 막내작가로 방송국이라는 곳에 들어간 때다.

그때는 방송사의 한 획을 그으리라 비장했다. 뭐든 열심이었다.

좀 더 잘하고 싶었고 나를 증명해 내야 해서 몸에 잔뜩 힘을 주었다.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나름대로 나만의 삶을 걸어가 보리라!

정해진 길 위를 걷기보다 해보고 싶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도전해 보며 내 길을 모색했다.

 

나는 어떤 삶을 바랐던가.

 

이력서 한 줄을 만든 나를, 지금의 내가 보고 있다.

참 열심히 살았구나. 그런데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인 기분이다.

맨땅의 헤딩보다 더 막막한 기분.

 

사람들이 무섭게 신뢰하고 있는 챗GPT에서 물었다.

 

- 우선 10분만이라도 걸으세요.

 

역시 똑똑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다시 걷는 수밖에 없다.

40대가 되면 여유롭고 우아하게 걷고 싶었다. 부드럽지만 강함이 깃든 사람으로.

지금은 오히려 힘을 뺐는데도 몸이 무겁다. (현실은 체중의 영향이 크겠지만)

메인 작가가 되면, 결혼만 하면, 아이만 낳으면....

그다음. 그 너머에 있는 삶.

삶의 과정은 거기에 있었다. 내가 마침내 도달했다고 생각된 그다음에.

작은 걸음을 옮기듯 매일을 살아내는 것이 삶인데...

도착하고 나면 삶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반복에

용기를 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배운다.

 

 

"내 나름으로 생각하던 걸
내 나름으로 생각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의외로 많다."

- 박완서,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 중에서

<정의로운 한국뉴스>
<저 작 권 자(c) 인터넷 한국뉴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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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이 기자, 메일: qwerso7810plm@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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