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로 ‘시민 행복’ 도시를
언젠가 지방의 어느 산사음악회를 찾아간 적이 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숲을 물들였고 정겨운 노래가 산짐승 소리를 잠재우며 가슴마다 스며들었다.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숨죽여 눈과 귀를 모았다.
인천 도심에도 해마다 이맘때면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남다른 장소성과 뛰어난 출연진 덕분에 알음알음 알려진 문학산 음악회다. 인구 300만 시대를 맞아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8회째를 맞이한 올해에도 문학산은 시민들에게 가장 높고 너른 터를 내주었다.
▲ 음악회의 문을 연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곡 '폴로네이즈'에 맞춰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풀밭처럼 한 몸이 돼 일렁거렸다.
바람이 선선하던 지난 26일(토) 오후 7시, 문학산 음악회의 문을 연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곡 '폴로네이즈'에 맞춰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풀밭처럼 한 몸이 돼 물결쳤다. 젊은 지휘자 정한결의 역동적인 몸짓은 무용수처럼 부드러웠다.
▲ 오페라싱어즈 ‘일 리브로’가 울림 큰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6인조 남성 오페라싱어즈 ‘일 리브로’가 울림 큰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윤해원은 난이도 높은 명곡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테너 권재희와 소프라노 이혜정이 문학산의 밤을 깨웠다.
뮤지컬계의 샛별 정연우는 인어공주의 '저곳으로'를 남다른 기교와 소녀감성으로 소화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어 1세대 뮤지컬배우 남경주가 대표곡 ‘지금, 이 순간’ 등에 이어 널리 알려진 ‘A Whole New World(영화 알라딘 중)’를 정연우와 듀엣으로 노래했다.
▲ 음악회의 피날레는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몫이었다. 관객 속으로 과감히 들어가 자신의 히트곡들을 열창해 큰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음악회의 피날레는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몫이었다. 관객 속으로 과감히 들어가 ‘녹턴’,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애인 있어요’ 등 자신의 히트곡들을 열창해 큰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화답하듯 다시 나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어느새 삼십 년이 넘은 1집의 ‘기억 속으로’. 오래전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했다.
▲ 이은미의 열창에 즐거워하는 시민들
문학산 음악회를 처음 찾은 장혜리(45·남동구 구월동) 씨는 "등산을 즐겨 하지 않아 산을 오르는 게 힘들었지만, 조용하고 아늑해 공연에 집중이 잘 됐어요. 날씨도 선선했고요. 바이올린을 친 분이나 여성 뮤지컬배우처럼 실력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남성 중창단의 한 분은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은미 씨는 등장부터 강렬했고 팬 서비스가 좋았어요."
산에서 내려가며 어느 중년 여성은 동행한 이에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봤지? 초일류 도시 인천에 사는 거."
▲ 유정복 시장은 어느덧 여덟 번째를 맞이한 문학산 음악회에 남다른 소회를 밝히며 시민과 감격을 나눴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유정복 시장은 어느덧 여덟 번째를 맞이한 문학산 음악회에 남다른 소회를 밝히며 시민과 감격을 나눴다.
"처음 시장이 돼 추진한 사업이 문학산 정상 개방이었습니다. 개방되자마자 음악회를 시작했고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지속해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인천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발전시켜 재창조해야 합니다. 개항로 야행축제와 송도국제맥주축제도 진행 중입니다. 많이 참여하셔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데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악은 세대와 계층과 국적을 뛰어넘어 하나로 묶어준다. 노여움과 걱정과 탐욕을 가라앉힌다. 어리석은 말이 난무하는 세상을 침묵하게 한다. 팬데믹 시기에도 음악은 시민을 위로했다. 시민을 향한 사랑과 응원 가득한 세레나데를 내년에도 기다리며.
▲ 사방으로 화려하게 뻗어나가는 도심 한가운데서 불룩 솟아오른 문학산은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이자 편안한 휴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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